배송된 포장지를 열어보니
수십 년은 된 듯 죽엽포장은
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으로 너덜너덜했습니다.
맨위에 첫째 심산노수 역시 포장이 심상찮았습니다.
벌레가 촘촘하게 갉아서 길을 내어 놓았고
그 갉은 것이 먼지가 되어
보이차 내부와 주변에 소복히 앉아 있었습니다.
그 가루를 치운다고 털다가
입도 맵고, 코도 맵고, 재채기도 하고
정신이 얼덜떨해졌습니다.
둘째 심산노수부터는 멀쩡해보여 바로 정리해두고
첫째 심산노수, 너덜너덜한 포장지를 벗기고
차 몸을 보았습니다.
벌레가 갉어먹어 생긴 포장지 가루를 털고 나니
윤기나는 청병의 표면이 드러났습니다.
차는 괜찮구나, 하고 안도하였습니다.
첫 탕을 우리어 버리고 향이 나나보니 미미했습니다.
둘째 탕을 우리고 맛을 봅니다. 이렇게 순하다니,
14년 차 치고는 너무 순해서 차를 다시 들여다 보았습니다.
셋째 탕은 다음 날 아침에 우렸습니다.
우리고 우린 물을 따르는 동안,
달콤한 향이 훅 끼쳐서 차호를 열어보았습니다.
아름다운 향기였습니다.
생차임에도 차가 순한 탓인지
구수한 듯한, 다른 청병 시음기에서는 본 적 없는,
그런 맛이 있고, 아무래도 향과의 조화일까요?
다섯째 탕도 좋네요.
4.6그람, 200ml정도, 제 기준으로는 묽게 우린 것입니다만
구매가 만족스럽습니다.
감사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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